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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말씀..ㅎㅎ

Posted 2009. 11. 26. 00:23






공기가 차가워진다 싶으면 그때부터 야근철이구나 하는게 우리 일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별스럽게 조용하다 했더니 결승점을 앞둔 마라톤선수들처럼

그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십년을 야근으로 단련된 몸이라 일은 무섭지가 않은데 출근길에 늦을거라고 단단히 일러두어도

여덟시 넘어서부터 십분간격으로 계속되는 딸내미들의 전화러시는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신랑출장까지 겹친 상황에서 아이들을 어머님집에 재우게되면 생긴 것 같지않게 겁이 많은 본인은

이방저방 불이란 불은 다 켜놓고 쇼파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자는둥 마는둥 해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것만큼이나 엄마가 아이들을 필요로하는게 사실은 더 큽니다.^^;;

오늘도 시계바늘이 아홉시에 가까이가니 수선스런 마음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데릴러 퇴근해버렸지요.

요녀석들 엄마 늦을거 뻔히 알면서 그냥 해봤는데 먹혀들어갔다는 표정으로 신이 났습니다.ㅋ

가방 챙기고 잠바 입혀서 어머님집을 나서는데 아버님께서 막걸리 한잔 생각나신다며

마트로 향하십니다.

먼저 나서시는 아버님 뒤를 따라나오면서 지나가는 말로 혼자 드시기 적적하시면

막걸리 사들고 올라오시라는 빈말도 한마디 던지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여덟시만 되어도 고스톱도 한판 치고 책도 몇권 읽어 줄 시간이 되는데

아홉시가 넘겨 들어오는 날은 바로 재워야 하기 때문에 더 힘이 듭니다.

더군다나 늦을줄 알았던 엄마가 들어왔으니 한층 업되어있는 딸내미들이 그냥 잘리가 없구요.ㅋ

밀린 빨래도 해야 하고 지민이가 주문한 메추리알장조림도 해줘야 하고 늦은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억지로 잠자리에 눕혀놓은 따님들은 엄마가 와야 잘 수 있다며 시위중입니다.

소리한번 버럭 질러주고 메추리알 올려놓고 세탁기 돌려놓으니 배는 더 고프고...

그때 등장하시는 분이 계셨으니 막걸리 두병, 안주로 어묵 천원어치를 사들고 오신 아버님이셨네요.

마트 가시는 아버님 뒷모습을 보고 뻘줌해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해봤을 뿐이었는데 ..^^:;

궁시렁대며 누워있던 따님들 때는 이때다 재등장 해주시고.. 어묵 한꼬치씩 해치우시고...ㅋ

하여 김장속, 메추리알 안주삼아 아버님 겸상하여 막걸리 한잔 했습니다.

빈속에 막걸리가 들어가니 속이 싸르르~ㅎㅎ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도련님 장가보낼 이야기에 이어 어머님 흉까지..

대체 시아버지랑 마주앉아 막걸리 마시면서 시어머님 흉을 보는 며느리라니....ㅋㅋ

막걸리 2병을 말끔히 비우시고 10시를 넘겨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버티던 아이들을

다시 잠자리에 밀어넣으니 5분도 안되서 골아떨어집니다.ㅋ

안주하고 남은 메추리알을 까려는데 어찌나 더딘지..

겨우 까서 간장물에 앉혀놓고 씻고 나오니 몸이 물먹은 솜입니다.

밀린 빨래는 하루 더 미뤄주시고...ㅎㅎ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