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게를 또 질러버린 이 남자..
10kg 더 주문할까 고민하는 이 남자..
게 소리만 들으면 울집 냉동실 사정은 절대 생각 안나는 단순한 이 남자..
더 실한 냉동게도 주문받는다는 소리에 안도하는 이 남자..
게를 찾아오는 날은 주방에 붙어앉아 칫솔들고 설치는 이 남자...
토요일은 쪄먹고..
일요일에 탕 끓여먹고..
이 남자.. 진심 '게띠'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ㅋㅋㅋ
그 와중에 고추잡채까지 주문하는 간 큰 이 남자..
아그들 시험 끝나서 나름 속시원한 주말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어설
숨겨뒀다가 나중에 찾아볼 글 하나 적어둬야겠심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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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리집에는 아버님 생신과 동서의 생일이 겹쳐 있었답니다.
월요일은 동서 생일이요 목요일은 아버님 생신이라...
그런데 문제는 울 아그들 시혐이 금요일이었다는거 아니겠어요.
고민하기로는 아침을 챙겨드려야 하나 저녁을 먹어야 하나..
저녁을 먹게 되면 술 좋아하는 울집 식구들 파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다음날 아그들 시험에 지장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침을 챙겨드리자니 아버님이 일 나가시면 그것도 여의치 않고..
그런데 그건 혼자하는 걱정이고 월요일에 생일자가 있으니
넘기지 말고 주말에 먹자는 결론..ㅎㅎ
하여 토요일에 식구들 모여 밥먹고 케익도 불며 생일 분위기도 내며
그렇게 식구들의 생일이 지나가고
목요일에는 교과서 위주로 한번 훑어주리라 계획도 세우고. ^^
그 와중에 혹시 비가 와서 아버님께서 일을 안나가시면
그래도 아침을 챙겨드려야 하지 않을까 또 고민.
그러려면 뭐라도 준비를 해놔야 하는데 비가 안와서 일을 나가시면
준비해놓은게 말짱 꽝이니 또 고민..
그러나 당일 아침에 다행스럽게도(?) 비는 안오고
아버님께서 일을 나가셨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님께서 아침 먹으러 내려오라는 전화를 하셨네요.
비는 안오지만 오늘은 쉬기로 하셨다고..
그냥 미역국만 끓여놓을테니 내려와 먹기만 하라고..ㅡㅡ;;
부랴부랴 애들 깨워서 대충 씻겨 내려가니
이미 밥이며 국이며 다 끓여놓으시고 밥상만 차리고 앉아있자니
새벽부터 호출을 받아 온 동서네도 도착하여 아침을 해결하고 있는데
또 이 남자왈.. '그래도 아버지 생신인데
저녁에 간단하게라도 한잔 해야죠? '하는 겁니다.
내일이 애들 시험이라 미역국도 안먹이시겠다는 어머님께서
애들 공부나 시켜라 하시지만 이미 이집 남자들은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는 거..
여느때 같았으면 아침도 못 챙겨드렸으니 별스럽지 않게 그러자고 했을텐데
이럴것 같으면 당일 저녁을 먹지 토요일에 먹고 아침 먹고
무슨 생신밥을 세번이나 먹나하는 억지스러운 생각이 들면서
초딩시험 뭐가 대단하다고 애들 시험을 생각하니 급기야 스팀이 뽁뽁 오르더라는 거..
하여튼 이집 남자 계획을 했으니 또 저녁 스케줄을 짜는데
나가서 먹기는 뭐하고 간단히 닭갈비나 사다가 어머님집에서 먹잡니다.
그걸 말리면 우스운 며느리가 될까봐 꽁한 마음을 숨긴채 닭갈비를 사들고 갔는데
시험 전날이라 그런지 아그들은 학원에서 끝날 시간이 됐는데도 오지를 않고..
동서는 성당에 갔다며 안오고 시동생만 와 있으니 더 열받고. (동서 미안ㅋㅋ)
여차저차 모여앉아 저녁을 먹는데 어머님께서 도련님한테 하시는 말씀이
'니 색시 지금 여기 엄청 오고싶을텐디..'
그 말씀 끝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울집 남자 저를 보며 한마디 내뱉습니다.
'자기도 엄청 오고 싶었어?'
그렇게 물으면 어른들 계시는 자리라 조신하게 '네'라고 할줄 알았겠지만
나란 여자..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는 확실한 여자..
강한 어조로 '아니.. 전혀..'라고 버럭질을 해댔다눈요.ㅋ
그 대답을 들으신 어머님께서는 당신은 식구들 이렇게 모이면 가고 싶었는데
니들은 아닌가보다 하시며 오기 싫으면 내일부터 너도 오지 말라시공..
그 끝에 또 조용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울집 남자 한마디 거들기를..
'엄마. 요즘 그런 소리 하면 욕먹어. 친정이 좋지 시집이 좋겠어?'
뭐 그런 따위의 맨트를 날리는데 이 남자의 농담이란게 대충 이런식인지라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영 신경질나는 속을 다스리고 있자니
그 말을 들은 어머님께서 또 한마디 달아 던져주십니다.
하여튼 신랑의 농담질에 잘도 넘어가주시는 울 엄니 '너도 그러냐?'며
승질 있는 며느리를 자꾸 건드시는데
'엄니.. 제가 여기다가 대답을 해야 돼요? 당췌 말같지도 않은 말이구만.. 에잇...'
울 엄니 꼬리 바로 내리시고..ㅋㅋㅋㅋ
권커니 자커니 하고 있는 아버님네 부자들을 남겨놓고
밥 먹은 상만 치운후 애들을 데리고 올라오려는데 간 큰 이 남자 뒤통수에 대고 또 한마디..
'그럼 남은 건 시어머님한테 치우라는거야?'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이 남자의 농담에 진심으로 울컥해지는 날입니다.
에잇.. 저 인간을 살려 말어... ㅡㅡ;;
그렇게 아버님 생신날이 저물고 다음날 아침..
시험 보는 애들이 맞는지 울집 아그들 그 어느날보다 신이 났습니다.
왜냐.. 시험 끝나면 마냥 놀아도 되거든요..ㅋㅋ
여튼 그렇게 애들 시험을 마친 금요일..
션하게 소주나 한잔 하고 잤으면 좋겠는데 신랑은 약속이 있다하고
집에 밥도 없으니 너구리나 한마리 잡아서 한잔할 생각에 흐뭇해하며 퇴근을 하는데
또 걸려오는 아버님 전화..
아버님 생신선물로 신랑이 사드린 라디오겸 미니플레이어(?)에 들어있는
메모리가 사라져 노래가 안나온다는 겁니다.
아.. 오늘같은 날은 그냥 집으로 냉큼 올라가 씻고 한잔 해야하는뎁..
신랑은 약속이 있다니 가서 또 들여다봐드려야 하는데 뭔가 또 억울한 이 느낌..ㅋ
신랑은 메모리 잃어버린게 확실한건지 확인전화 달라는 소리만 남기고 사라져버리고
아버님댁에 도착하는 기다리셨다는듯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뒤에 팔짱을 끼고 계시는 어머님도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듯 하고..
미니플레이어를 살펴보니 메모리는 제 자리에 당연히 있구요.
대신 볼륨이 '제로'더라는거요..ㅡㅡ;;
이때다 싶으신 어머님.. 밥하는 사람 불러서 뭣인가 잃어버렸다고
청소기 다 뒤집어보게 하고 난리라고. 저런것 좀 사다주지 말라고...ㅡㅡ;;
진심 소주 땡기는 날...ㅎ
신랑 약속있다니 혼자 먹지 말고 밥 먹고 가라고 붙잡으시니
나의 계획에는 또 차질이 생길듯...
전날 남긴 닭갈비 헤치워야 한다시며 상에 올아온 그것을 보니 또 술이 땡기고..
하여튼 밥 얻어먹고 돌아와 씻고 널브러져 쉬고 있는데 신랑한테 전화가 옵니다.
'나 금방 경석이랑 올라갈거야~' ㅡㅡ
아니 약속이 있어 나갔으면 밖에서 먹고 말일이지 뭔 사람을 델꼬 들어온다냐..
벗어놓은 속옷 챙겨입으며 참을 인자를 마구 새겨넣었다죠.
잠시 후에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자니 1차에서 술이 많이 부족했었는지
멀쩡한 얼굴로 2차 안주를 사들고 헤헤거리며 들어옵니다.
손님이랄 것도 없는 절대아군 경석씨라 그렇지 다른 사람이면 열받았을듯..ㅋㅋ
여튼 그날 술 땡기던 건 그걸로 해결하고..ㅎㅎ
그리고 토요일 백령도에 꽃게를 주문 넣던 그 날은
몇달동안 본인이 기다려오던 스케줄 없던 주말이어서
알뜰하게 쉬어줘야지 하고 맘 먹었던 그 날이었던 것입니다.
허나 게를 10kg이나 주문한 그 순간 없던 스케줄이 마구 꼬이게 되는 거지요.
일단은 신랑 바지사러 돌아댕겨야 하고 마트장도 봐야 하며
저녁에 꽃게를 쪄서 아버님과 한잔 해야 하고
간장게장도 담가야 했으며 가장 귀찮은 일은 어마어마한 양의 게를 씻어넣을
냉동실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지요.
개띠 신랑이 아닌 게띠 신랑을 둔 여자로서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게를 다뤄 찜솥에 일부 올려놓고 끓여서 식혀놓은 간장물에 담가놓고
나머지 게를 씻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놓으니 일이 다 끝난것 같지만
그놈의 게 삶아먹으면 껍질은 왜또 그렇게 많고 여기저기 튀기는 또 어찌나 튀는지..
전날 술을 많이 드셔서 오늘은 생각없으시다는 아버님께서
남겼다가 내일 반드시 불러달라 주문하시며 토요일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이제는 일요일..
알뜰하게 쉬어줘도 아까울 주말중 하루가 그렇게 가버렸으니
일요일 아침잠일랑 절대 방해말라.. 엄포를 놓았더니
아침은 운동가서 해결하겠다는 신랑..ㅋㅋ
그렇게 늦잠꾸러기 지민이와 한조가 되어서 마음 놓고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침잠 없는 지윤이가 혼자 텔레비젼 보는 소리가 들리는중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어라? 이 사람 운동갔다 벌써 오나? 했더니.. 두둥 어머님이십니다.
아침 먹을 시간인 것 같아서 부추 무쳤는데 먹으라고 들고오셨다고... -0-
동시에 신랑에게 걸려오는 아버님의 전화.. 어제 꽃게 남겨놨냐고..ㅋㅋㅋ
뭐여.. 자기 운동 안간겨?
이렇게 해서 저녁은 꽃게로 탕 끓이고
신랑이 죽어도 먹어야겠다는 고추잡채해서 어른들과 먹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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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글만 길어졌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위에 없습니다.ㅋ
꽃게로 탕 끓이고 뜨거운 불앞에서 고추잡채를 볶아낼 일을 생각만 해도 덥고 귀찮았는데
아버님께서 국물까지 밥 말아서 맛나게 드시고
품평대장 신랑 입에서 맛나다는 소리가 나오고
어머님께서 고추기름이 부족해 맛이 덜한 고추잡채임에도 훌륭하다 해주시는 그 순간..
어머님께서 상위에 설거지거리를 거둬다주시고
아버님께서 청소기를 돌리시고
신랑은 설거지를 했으며 나는 그릇을 행궈내는 그 순간..
모두 모여앉아 넝쿨당을 시청하는 그 순간..
덥고 귀찮고 짜증나고 억울했던 마음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더라는 말씀..
노쇠한 부모님들의 마음이란..
황혼녘에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그런 것..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그런 것..
늘 가까이에 두고 싶어지는 그런 것..
그런 것들을 마냥 배부르게 하지 못하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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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의 뱀발..
울 아빠 일용할 양식도 떨어질 때 되었을터인디
감자 썰어넣구 부침개나 좀 부쳐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