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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8 걷기 좋던 그 날 8

걷기 좋던 그 날

Posted 2011. 9. 28. 13:52

 
지난 금요일 지윤이 건강검진을 다녀왔습니다.

1학기중으로 마쳐야 하는 검진이었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다음에 하리라 미루다가 그만 잊고 말았던 거지요.
2학기가 넘어서고도 한참만에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고 아차 싶은 마음에
금요일로 날을 잡아 다녀온 겁니다.
 
원래는 집에서 택시로 2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병원에 들렀다가
아이들은 할머니집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나와야 하는 거였는데
하필 이날.. 날이 왜그리 좋은 거랍니까...

사무실로 전화 넣어 급한 일 없나 확인 한번 하고
외부에 있는 신랑한테 나 오늘 땡땡이 칠거라 보고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딴짓 시작...^^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피아노학원을 하는 동서를 맞은지가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학원 한번 찾아가지 않은 무심한 형님으로서의 도리(ㅋ)를 다하기 위해
병원에서 30분쯤 걸어 동서네 피아노학원에 도착.
수업중인 동서와 눈도장 찍어주고
둘레둘레 구경해가며 수봉공원에 올라 
아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할까 궁리끝에
집까지 걸어가보기로 결정...!!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에 지윤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에 우리 집이 있습니다.
손에 닿을듯 가깝게 느껴지는지 딸내미들 자신만만하게 '콜'을 외치고 출발햇어요.^^

큰 길을 따라 걸으면 어른걸음으로 한시간 정도면 가겠지만
이 꼬맹이들을 데리고 어느 길로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요? ㅋ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울 딸내미들..
이 때가 아니면 골목 구경을 언제 해보겠나 싶어
큰 길을 버리고 굽이굽이 골목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오후시간이라 골목마다 해그림자가 비치고
작은 바구니같은걸 들고 나와 저녁거리를 다듬느라 삼삼오오 모여계신 할머니들이 보이고
작은 평상이라도 있을라치면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두시느라 차지하고 계십니다.
어느집 담장 너머에는 울 지윤이가 좋아하는 무화과가 익어가고
또 다른집 담장 아래에는 김장거리를 심어놓았는지 배추와 무우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 골목 지나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려면 육교를 지나야 하고
육교 계단 하나하나마다 가위바위보를 하며 채워나갑니다.^^

이 참견 저 참견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다섯시가 넘어갑니다.
자신만만하던 따님들도 슬슬 지치는 기색을 보이고..
이쯤에서는 저녁메뉴를 정해놓으면 아그들 힘이 벌떡 나겠죠? ㅎ
니들 먹고 싶은 걸로 생각해봐라 했더니 순대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으면
완전 맛나다나 뭐라나 하면서 신나게 앞장서 갑니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 들어선 순간..
어쩜 바로 알맞은 그 순간 그곳에 분식집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지..ㅋ
정말이지 순대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서 맛나게도 먹어주는 딸내미들을 보고 있자니
아픈 다리가 저절로 풀려 오던 길 돌아가래도 갈 것 같습니다.^^

순대 좋아하시는 엄니 몫으로 일인분을 포장하여
부른 배 두드리며 집에 도착하니 여섯시가 넘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놀이공원보다 어떤 맛난 음식점보다 더 좋았다는 딸내미들..
이 딸내미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